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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9 내가 아빠를 버리면서 얻은 것들

 
 


 
40년 가까이 혈육이기 때문에 비루하게 끌고 온 것을 올해 그만 놓아주기로 한 것에 대한 소회는,
남들에게는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드디어 마음을 훌훌 털었구나, 슬프게도 마음이 시원하군' 이다.
 
그래도 니 아빠인데 계속 노력해야 하지 않겠니?
그래도 니 아빠인데 나중에 만나야 하지 않겠니?
 
그의 비꼬인 성격을 알기 때문에 여러번의 의중을 물었지만 그는 끝내 내가 원했던 대답을 주지 않았다. 서로 생존이라도 확인하자며 1년에 한번이라도 연락 하자는 것도 그는 거부했다. 어릴 적 나에게 엄마의 웨딩 사진을 잘라버리라 시켰던 사진들을 이번에는 나의 웨딩 사진이 될 것이다. 독이 한껏 들어간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이 끝났다. 당신은 그 말을 딸에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더 이상 나에게 남아있던 남을 위한 친절함과 잔정 마저도 이제는 손끝 만큼도 없다. 어릴 때 받았던 신체적 학대보다 속으로 삼키기 더 힘들다. 
 
하지만 이제 정말 상관없다.
이제는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이 시원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나 같은 사람이 많다. 
 
 
아빠와 좋은 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평생 가슴에 담아주지 않아도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고, 가슴에 담아두었던 응어리는 배출되어 이제 더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그만 접고 나가면 된다. 집중은 이제 나와 내가 만든 가족의 행복과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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